김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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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감칠맛, 잘 익은 김치의 비밀
- 작성자세계김치연구소
- 작성일시2024.05.13 11:25
- 조회수925
“한국 사람들은 정말 날마다 김치를 먹나요?”
외국인들이 종종 그렇게 묻는다. “그렇다”고 하면 다들 무척 놀란다. 밥이나 빵 같은 주식이 아닌 어떤 음식을 날마다 먹는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 한국인들이 거의 매일 김치를 먹는다. 그렇게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김치는 밥이나 면, 고기나 생선, 나물 등 웬만한 음식과 잘 어울려서다. 도통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낯선 음식들과도 의외로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김치의 비결은 바로 입맛을 당기는 김치 특유의 맛에 있다. 매콤함과 새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오묘한 감칠맛이 그것인데, 김치의 이 독특한 맛은 ‘발효’ 덕분에 완성된다.
김치와 과학의 만남, 발효
온갖 재료와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담그고 나면 서서히 맛이 드는 과정에 들어간다. 김치가 익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김치는 특유의 맛을 내게 된다. 그 과정이 발효다. 과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발효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 이때 만들어 내는 물질이 사람에게 이로우면 발효, 곧 ‘익는다’고 하고, 해롭거나 쓸모없으면 부패, 곧 ‘썩는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생명력이 가득한 곳에서는 발효가, 생명력이 사그라지는 곳에서는 부패가 일어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부패의 과정에서 어떻게 음식 맛을 풍부하게 하는 발효의 순간을 포착해 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식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조상들이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혜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각 지역마다 고유의 기술로 대대로 전해져 오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먹는 발효 식품이 김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은 김치와 마찬가지로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 식품이다. 우리 고유의 음식은 아니지만 요구르트나 치즈 등도 이에 속한다. 또한 술은 알코올 발효로, 식초는 초산균 발효로 만들어진다.
△ 김치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 식품
김치 고유의 맛을 살리는 유산균 발효
김치를 담글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배추나 무 같은 재료들을 소금에 절이는 것이다. 소금은 삼투 현상으로 채소 속 수분을 빼낸 뒤 염분을 채워 넣으면서 각종 잡균을 없앤다. 하지만 염분에 강한 유산균은 살아남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금의 농도다. 농도가 너무 낮으면 잡균들이 제거되지 않고, 너무 높으면 유산균도 사라져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다. 유산균의 본격적인 활약은 소금에 절여 양념한 배추를 용기에 담고 뚜껑을 덮어 공기를 차단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유산균은 김치 재료의 당분을 분해하면서 젖산과 이산화탄소 등을 만들어 낸다. 젖산과 이산화탄소 덕분에 잘 익은 김치에서 새콤한 맛과 톡 쏘는 탄산미가 나면서 발효는 정점에 달한다. 몇 해 전 한 김치냉장고 광고에서 김치 익는 소리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유산균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생성된 이산화탄소 공기 방울이 김치 국물 속에서 ‘톡톡’ 터지는데, 김치통 안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그 소리를 녹음해 사용한 것이다.
△ 염분의 농도로 본 삼투 현상과 삼투압의 과학적 원리
김치 숙성에 따른 유산균 발효 단계
김치를 익게 하는 유산균 발효는 언제부터 일어나는 걸까? 김치의 발효 과정은 크게 네 단계를 거친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러한 발효 원리가 밝혀졌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발효과학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 김치를 어떻게 담가야 맛이 좋은지, 어떻게 저장해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지를 경험으로 터득했다니 그 지혜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