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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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면역력과 코로나19
- 작성자세계김치연구소
- 작성일시2024.05.13 10:15
- 조회수608
몇 해 동안 전 세계를 휩쓸던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이하 ‘코로나19’)는 그 정점을 지난 듯하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감염병이 언제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확진자 수에 비해 사망자와 중증환자 수가 적은 편이었다(2022년 8월 4일 기준, 누적 치명률 0.12%). 생각해 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있었다. 2002년 발생해 2003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는 8천여 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이때 유독 한국만 사망자 하나 없이 사스 사태에서 무사했다는 사실은, 코로나19의 비교적 낮은 치명률과 함께 주목할 만하다.

△ 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
이와 관련하여 ‘한국 사람들은 김치를 즐겨 먹어서 감염병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가볍고 사망자 수가 적다’는 이야기들이 속속 나오는데, 정말 그럴까?
우리는 정말로 김치를 먹어서 생긴 면역력 덕분에 감염병에 잘 안 걸리고 걸리더라도 잘 낫는 걸까?
면역력 키우는 김치유산균
면역력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우리 몸을 공격할 때 이를 막아 내는 힘을 말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전통 발효 식품인 김치에 주목하고 있다. 김치가 면역력을 증진시킨다고 알려진 까닭이다. 김치유산균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동물 실험을 통해서 증명된 바 있다. 먼저 생쥐들에게 면역억제제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를 주입해 면역력을 떨어뜨린 다음, 실험군을 나눠 한쪽 생쥐들에게만 김치유산균 ‘웨이셀라 시바리아 JW15’를 먹였다. 그런 뒤 김치유산균을 먹은 실험군과 먹지 않은 실험군을 비교해 보았더니, 김치유산균을 먹은 쥐들은 백혈구 수가 더 빨리 늘어났고 면역력을 담당하는 비장의 무게도 증가했다. 김치유산균을 먹은 쥐들이 먹지 않은 쥐들에 비해 면역력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또한 김치유산균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같이 변형을 많이 일으키는 RNA 유전자 기반의 병원균이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김치추출물을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형성이 현저하게 억제됐다. 김치유산균이 항인플루엔자바이러스 효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치의 항산화 영양 성분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낮고 중증환자가 비교적 적은 건 ‘김치 덕분일 수 있다’는 추측은 최근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폐의학과 장부스케 교수와 세계김치연구소의 공동 연구 결과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고추, 마늘 등과 김치유산균에 함유된 각종 영양 성분이 인체 내 항산화 시스템과 상호작용하여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란 유해산소라고도 불리는데, 호흡을 통해 유입된 산소가 몸의 대사 과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변한 유해물질이다. 보통 호흡하여 들이마신 산소의 약 95%는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남은 5% 정도가 활성산소로 변한다. 활성산소가 적당량일 때는 우리 몸에 들어온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해 ‘소독약’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아지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교란시킨다. 따라서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노화도 빨리 진행된다. 활성산소는 코로나19 감염과도 관련이 있다.

△ 만병의 근원이자 노화의 주범, 활성산소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의 경우, 활성산소 수치가 높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쉽고 병의 증상도 악화될 수 있다. 그러니 코로나19에 감염되는 확률을 낮추려면 활성산소가 적정선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항산화 물질이 그 역할을 한다. 김치의 재료가 되는 채소들에 바로 이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예를 들어 배추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설포라판(sulforaphane, 항암, 항균)이, 마늘에는 알리신(allicin, 살균, 항암, 혈액순환, 소화 촉진)이, 고추에는 캡사이신(capsaicin, 살균, 항염, 지방 분해)이, 생강에는 진저롤(gingerol, 항암, 소염, 항산화)이 가득하다. 이외에도 폴리페놀(polyphenol),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클로로필(chlorophyll), 비타민C 등의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성분들도 상당량 들어 있다. 물론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김치유산균 역시 항산화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 활성산소의 생성을 막는 항산화 작용
그뿐 아니라 김치유산균은 피부 개선과 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져 김치유산균이 함유된 화장품이 개발되기도 했다. 김치유산균은 또 ‘오르니틴(ornithine)’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데, 오르니틴은 피로 회복, 비만 예방,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고 암모니아 같은 독성이 강한 질소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도 뛰어나다.
염증을 완화하는 김치
우리나라뿐 아니라 코로나19 사망률이 비교적 낮은 국가의 식문화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흔히 먹는 일상식에 발효 식품이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카사바 담금주를 즐겨 마시는 사하라 인근 아프리카에서도 사망률이 낮게 나타났고, 양배추를 발효해 만든 사워크라우트(sauerkraut)를 즐겨 먹는 독일도 사망률이 낮은 편이다. 발효 식품은 코로나19의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해주는 발효 식품
우리의 발효 식품인 김치도 마찬가지다. 김치의 영양 성분이 인체 내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수용체 단백질(TRP, Transient Receptor Potential)’의 활성을 저하시켜 기침, 오한, 근육통, 인후통, 폐의 손상 등 염증으로 인한 코로나19의 증상을 줄여준다. 또한 TRP는 세포막에서 통증과 열을 감지하기 때문에 활성도가 떨어지면 통증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김치의 항산화 성분은 인슐린 저항성, 혈관 내피 손상, 폐 손상, 사이토카인(cytokine) 폭풍 등도 억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면역계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면역 세포가 사이토카인 단백질을 과도하게 분비하면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과잉 염증 반응을 말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면 고열과 오한,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많은 의사들이 코로나19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료가 힘든 이유로 사이토카인 폭풍을 꼽는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감소시키는 데는 김치뿐만 아니라 강황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 코로나19 증상을 줄여주는 김치
코로나19의 완전한 퇴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위해 ‘위드코로나(With Corona)’를 이야기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위기가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자신을 지켜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김치와 같이 약이 되는 음식들이 있으니,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고 질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몸속 면역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계속 닥쳐올 바이러스를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지 모른다.
ⓒ 『김치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세계김치연구소 지음, 콘텐츠하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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